김정은 집권 10년 그 평가와 전망 3
3) 김정은의 권력 승계 - 첫 번째 정치적 과제(계속)
- 김정은의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전략(채찍) -
여기서 김정은이 택한 전략은 정치엘리트와 권력 기관들 사이에 분열과 갈등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정치엘리트 권력 기관의 역학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선대 김정일의 주 통치전략이었던 선군정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선군정치는 김정일은 집권 당시 직면한 심각한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군을 통치의 주력군으로 삼은 전략을 말한다. 군의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군에게 그에 상응하는 권세와 자원이 배정되었고 그에 따라 권력 체제와 서열의 변화가 발생했었다. 선군정치에 따라 기존까지 다른 기관의 상위에 위치하며 모든 기관을 통합지배하는 당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하락했었다. 전통적으로 당이 관장하던 국정의 대부분을 국방위원회(군부)에서 관장하게 되었고, 당조직인 조직지도부에서는 대내 치안과 사법 업무가 행정부로 분리되었다. 특히 김정일 와병 이후 장성택 세력은 문고리 권력으로 영향력을 키웠는데 이때 행정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권력과 위상을 키웠었다. 당시의 세력 구도를 요약하면 ①선군정치의 최대 수혜자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군부와 ②장성택을 중심으로 김정일 사망 직전 권세를 키운 행정부 그리고 김정일 시기 상대적 위상의 하락을 겪었던 ③당ㆍ조직지도부가 전체를 3분하고 있었다.
이렇듯 권력 상층의 정치엘리트들이 분열된 상태에서의 김정은은 수령이라는 우세한 지위를 배경으로 이들 간의 상호 경쟁과 견제를 최대한 활용했다. 집권 이후 일차적 목표는 군부와 총참모장 리영호였다. 김정은은 리영호 및 군부의 핵심 간부들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군부와 알력이 있었던 장성택 세력을 활용했다. 다음 대상은 장성택으로 이 과정에서는 그 동안 피해를 참아왔던 조직지도부를 활용했고 이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있던 국가안전보위부와 호위총국도 동원했다.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숙청 이후 김정은은 개별 엘리트나 각 권력 기관별로 권력이 모이는 현상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했고 권력은 김정은 중심의 단일집단만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구축하였다. 김정일 시대에는 주요 기관에 그 직책을 장기간 담당하던 실력자들이 존재했고 이러한 실력자를 중심으로 기관들은 일종에 정치 세력화되었었다. 먼저 군은 기존의 실력자인 리영호와 현영철 숙청하였고 이후에는 최고위지도부 핵심보직(총참모장, 인민무력상)에 잦은 인사교체 조치를 통해 군이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행정부도 장성택 숙청 이후 사실상 해체시켰다. 조직지도부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위상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조직지도부장으로 2017년 10월에는 최용해, 2019년 4월에는 리만건이 임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외부조직 출신인 이들을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조직지도부도 독자적인 세력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일 것이다.
- 김정은의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전략(당근) -
김정은의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앞에서의 전략이 ‘당근과 채찍’ 중에서 채찍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당근에 해당되는 조치도 존재한다. 독재정권에서 통치자의 절대 권력은 각종 수단과 방법을 통해 막대한 자금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이때 통치자는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지지자들에게 그가 축적한 자금을 개인적 보상의 형태로 제공함으로 이들을 모집하고 유지한다. 김정은도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보상과 특권을 제공하였다. 공식적으로 부여되는 6000~7000원에 불과한 월급으로는 정치엘리트들이 그들 지위에 맞는 생활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이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의 낮은 수준의 국정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거의 무상으로 생필품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급여만으로 월 10만 원 정도 지출하는 중산층 수준의 생활도 유지하기 불가능하다. 김정일 시기부터 일상화된 측근에 대한 특혜의 제공은 정치엘리트들이 김정일에게 충성하도록 하는 요소였다. 김정일 시기 북한은 고위 관리들의 지위에 따라 특혜 제공을 제도화했었다. 정치엘리트들은 봉급, 주택, 생필품 공급, 자녀교육, 의료 서비스 등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차등적 특혜를 제공 받았기 때문에 지위에 따라 생활 수준이 크게 달랐다. 여기에 김정일은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소수의 핵심 정치 엘리트들은 정기적으로 달러와 다이아몬드, 명품, 외제차 등 각종 선물을 제공 받았다.
김정은도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정치 엘리트들에게 부를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북한의 사치품 수입에 대한 추적 결과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후 사치품 수입이 김정일 때보다 7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후계자 내정되기 전인 2008년은 2억 7214만 달러였으나 후계자로 내정된 후인 2009년은 3억 2253만 달러, 2010년에는 4억 4617만 달러, 2011년는 5억 8482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수입한 사치품은 측근들에게 제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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