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10년, 그 평가와 전망 4
(2) '아래로부터'의 유형에서
독재자는 언제나 대다수 일반 민중보다는 정치 엘리트들의 욕구를 중요시한다. 그들의 지지가 없으면 독재자의 정권은 곧바로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소수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그들의 지지를 유지하려면 상당 수준의 자원이 필요하다. 이때 동원되는 자원은 나머지 민중을 착취해서 만든 희생의 대가이다. 대다수 독재자는 집권 중 자신과 일부 지지층의 이익만을 생각하다가 국가 경제를 파탄 낸다. 이런 상황에서 과중한 부담을 못 견디고 들고 일어난 민중에 의해 독재정권이 종종 붕괴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김정은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정통성에 의존하는 방법, 두 번째는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것, 마지막은 국가 전체의 경제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되겠다.
1) 정통성에 의존하는 방법
정통성(Legitimacy)는 어떤 정치체(政治體)의 구성원들이 그 정치체가 지속되는 것과 그 정치체에 대해 복종하는 것이 자신의 윤리 체계(혹은 규범)와 부합된다고 느낌에 따라 그들이 그 정치체에 자발적으로 복종을 하게 되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때 어디에서 윤리 체제ㆍ규범이 기반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적에 대략 2가지 흐름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그것이 신이나 신적 존재에 의해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사상 혹은 이데올로기라고 불리는 어떤 종류의 논리적 연역의 결과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에서의 정통성은 후자의 성격의 것에서부터 전자의 성격의 것으로 그 강조점이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조선공산당의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한반도에 건국되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사회주의의 정착과 외세의 축출을 통한 민족적 독립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경제적으로는 생산수단을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로 한정함으로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와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를 세우려고 하였다. 이러한 이념에서 추진된 것이 건국 초기 실시된 토지개혁이었다. 토지국유화와 소작제 완전 폐지, 토지의 무상분배 등을 실시하는 급진적인 개혁 프로그램인 토지개혁을 통해 북한은 인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이렇듯 사회주의ㆍ민족주의에 기반한 정통성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이르러 그 기반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체’라는 슬로건은 대외적 국가 자율성의 강조에서 시작되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숭배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주체사상의 이론적 기초인 혁명적 수령관과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혁명의 전위세력인 당을 사실상 형해화 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통성의 기반을 사회주의ㆍ민족주의와 같은 이념에서 신적인 권위를 가진 수령 개인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수령은 생물학적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강조되었고 그에 대한 극단적인 찬양과 복종이 사회적 윤리로 자리잡았다. 김정일은 여기에 ‘백두혈통’이라는 이름으로 혈통을 통한 정통성의 세습을 제도화하였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정통성 이전은 선대의 유산을 잘 활용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10대 원칙’이다. 과거 김정일은 1974년 ‘당의 유일사상체제 확립 10대 원칙’을 제시하여 유일지배체제를 구축하였다. 주요 내용은 1조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당의 최고 강령”으로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2조)하며, 그의 “권위를 절대화”(3조)해야 하며 그의 “교시를 신조화”(4조)해야 하며 그를 중심으로 단결(6조)하여 그의 대업을 계승ㆍ완성(10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수령의 령도 밑에 당 중앙(김정일)의 유일적 지도체제를 확고히”(10조 1항)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이런 10대 원칙을 새롭게 작성(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하고 공표하여 북한 인민들로 하여금 북한 사회의 정통성이 수령의 신적 권위에서 나온다는 것을 재확인시켰다. 김정은은 ‘김일성 혁명사상’을 ‘김일성ㆍ김정일주의’로 확대했고, “백두산 절세위인들”(3조 4항)이라는 표현과“김일성ㆍ김정일의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 완성해야 한다”는 표현을 추가하여 김정은의 백두혈통으로서의 권력 승계를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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