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와 정치 3
2. 대중적 청년세대 담론
세대에 관한 논의, 그 중에서도 ‘청년 세대’, ‘신세대’와 관련된 논의는 과거부터 있어 왔던 보편적인 담론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88만원 세대』 이후부터는 젊은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의 것들이 연관되게 시작하였다. ‘속물과 잉여’, ‘잉여사회’ 등이 이러한 종류의 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호명은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의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등장한〈386세대론〉으로 그들은 군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여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세대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았었다. 『88만원 세대』에서 88만원은 당시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19만원에서 20대가 벌어들이는 비율인 73%를 곱하여 나온 개념이다. 저서의 주된 내용은 IMF 이후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경쟁이 심화되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일부 세력들이 승자독식 체제를 구성하여, 새롭게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20대 대부분이 무한경쟁 체제 속에 맨몸으로 내던져짐으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착취적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말미암아 청년들은 인간 욕구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라는 자조적인 내용의 담론이 등장하였다. 〈N포 세대론〉이 이러한 맥락의 담론이다. 2011년에는 3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등장하였던 ‘3포세대론’에서 그 항목이 하나씩 늘어나다가 2015년 초에 그 항목이 9개 까지 늘어나 청년세대를 ‘9포세대’가 나왔고, 그 이후에는 포기 개별항목을 명시하는 것보다 불특정 다수화하여 칭하는 ‘N포세대’론이 등장하였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항목으로 초기 ‘3포세대’론에서는 그것이 연애, 결혼, 출산이였고, 여기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가 추가되어 ‘5포세대’가 되었고, 꿈과 희망, 건강과 외모 관리가 추가되어 9포세대가 되였었다. N포 세대론 관련 연관 검색어에는 ‘일자리, 생활비, 물가상승’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처럼 생애주기적 과업을 포기해야하는 원인은 경제적 좌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세대의 경제 상황 악화의 원인을 세대 갈등 측면에서 바라보는 담론이 등장하였다. ‘세대불평등’이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대착취’를 주장하는 담론들이 확산되었다. 여기서 청년세대의 희망을 꺾는 사회를 만든 원흉으로 주로 지목되는 대상은 ‘386세대’이다. 『386세대유감』은 이러한 담론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저서의 주된 내용은 386세대는 역사적 시운을 잘 타고난 ‘축복’받은 세대로서 대한민국의 경제ㆍ정치ㆍ문화적 헤게모니를 조기에 그리로 완벽하게 장악하였고 각 분야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교육, 부동산, 노동시장 등)를 재조직하여 청년세대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등 사회 시스템이 공고화된 지금의 대한민국은 10대 90의 승자독식 불평등 사회가 되었는데, 특히 승자에 해당하는 10%는 교육과 부동산 등의 수단을 통해 다음 세대로 불평등을 세습하기 때문에 사회는 ‘세습 불평등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는 386세대 엘리트 집단이 사회 상층부를 과잉 점유하고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구축한 ‘네트워크 위계’를 통해 확대ㆍ재생산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회적 약자 특히, 청년들이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게 된다.”라는 것이 이런 종류 담론의 핵심 서사이다.
그리고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청년들이 보수화되었다는 담론으로 특히 20대 남성에 주목하여〈20대 남성 보수화〉, 〈이대남〉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하는 담론이다. 최근 실시되었던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보수를 표방하는 후보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를 몰아주었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여성우대나 노인복지와 같은 진보적인 정책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의 위헌 판결로 폐지되었던 군가산점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쟁점이 되었다. 최근에는 진보정당에서 해당 내용이 처음 언급되었고 언론에서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나아가 일부는 남녀가 같이 의무복무를 적용하자라는 의견까지도 등장하였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하였던 젊은 야당 당대표가 20대 남성의 지지를 확보 할 수 있었던 이유로 비래대표 여성 할당제를 폐지하자는 주장 등 반폐미니즘적 성향이 젊은 남성들에게 호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과거 정권이 실시했던 반공교육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하고 부모에게 물려받을 재산이 많아서라는 어이없는 설명을 내놓기도 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담론은 상당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중적 영역에서 생산되는 청년세대 담론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언론, 정치권, 출판계에 퍼진 청년에 관한 담론들은 대부분이 청년들이 직접 생산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청년은 권력자원이 취약하기 때문에, 종종 기성세대 엘리트 집단에 의한 ‘세대게임’의 표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세대게임’은 기성엘리트 집단이 세대라는 허구의 프레임 구축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 맥락에서 만든 개념이다. 특히 ‘386’ 혐오 담론과 청년착취론은 386세대 타도로 귀결되면서 기성 정치권의 보수-진보 편 가르기의 대리전에 청년을 편입시킨다. 일부 연구에서는 386 혐오담론과 같은 것들의 탄생이 특정 진영의 색채를 띈 언론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의도가 어찌 되었건 이렇게 무리한 일반화를 서슴지 않는 이러한 담론들을 통해서는 특정 세대의 성격과 행동, 그리고 이를 추동하는 저변의 욕망과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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