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트

청년세대와 정치 5

엔와이92 2023. 7. 30. 16:46

4. 청년세대의 정치

 

현재의 세계는 시장 경제체제와 자본주의 질서의 지배 하에 있다. 완전경쟁ㆍ자유경쟁의 개념은 이상적 개념으로 모든 주체들이 시장에서 강제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이윤을 얻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제도가 보장된 체제 말한다. 이러한 체제의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경쟁의 과정에서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는 생각으로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진 국가나/단체의 개입은 결국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의 각 개인들이 주어진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사회 전체나 각 개인들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된 환경에서 생존하고 또 유리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수적이다는 생각이 나타났다. 따라서 실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불평등이라면 감수할 수 있다는 실력지상주의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었다. 청년세대에게 있어서 이러한 경쟁원리는 규범으로 내면화하고 자아테크놀로지로 기능하여 스펙과 자기계발의 이름으로 각자의 삶을 계획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전세계적 금융위기는 구성원들간 극단적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왔고, 뉴노멀로 표현되는 저성장의 경향으로 승자독식의 구조가 심화되었고 경쟁의 패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점점 더 작아질 것이라 전망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향에서 개인들은 경쟁에서의 패배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되었고 모두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더욱 경쟁에 몰두하게 되어 사회는 무한경쟁의 장이 되었다.

 

청년세대들이 출생할 당시의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상태였고, 96년에는 선진국들의 경제모임이라고 인식되는 OECD에 가입하여 외형적으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따라서 이전세대에 비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이들의 신뢰는 매우 높다. 또한 국외적으로는 미국과 미국적 가치관, 시장 경제체제에 대해 맹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자체가 구조적으로 더 좋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그 가능성에 대해 상상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디지털 문화의 영향으로 인간관계는 더욱 파편화되고 개인화된다. 이러한 경향에서 타인과 전인격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거나 강한 결속을 가지는 경험은 갈수록 적어진다. 사회의 중요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 사회 집단적 힘을 추동하는 강한 연대임을 고려할 때, 현재의 추세로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경향에서 청년들은 개별사항에 대해 극렬한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더욱 쉬워졌지만 이를 통해 모여서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드는 전략을 구상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여기에서 청년들이 강조하게 되는 개념이 바로 ‘공정’이 되겠다. 시장경쟁의 게임 플레이어들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쟁이라는 게임의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만, 경쟁 자체와 그에 따른 보상 시스템이 합의된 방식대로 작동되기 요구한다. 이는 절차에 대한 강조로 결과가 정의로운지 고민하기보다는 절차와 과정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경쟁이 극소수의 승자가 사회 재화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 경쟁의 과정이 정해진 규칙대로만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그 불합리한 결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받은 쟁점에 대해서 청년세대가 왜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먼저 2018년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를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하자는 제안이 논란을 가져왔다. 남북간 평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였던 청와대가 주도하여 진행되었던 남북 단일팀 논의는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과 남북간의 화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는 노력이었다. 실제로 외신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단일팀을 추진하는 절차상의 문제로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정부가 진행하였던 평화조성 노력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낮은 분위기에서 올림픽을 1달 정도 남긴 시점에 정부가 독단으로 결정한 단일팀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위는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무리해서 단일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72.2%에 달하였다. 특히 젊은층에서는 일련의 상황이 민족ㆍ평화와 같이 본인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것을 이유로 상위의 권위가 무리하게 개입하여 경쟁의 규칙을 깨는 모습으로 보여 상당한 반발심을 유발시켰다.

 

다른 사례로는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황공사에서 비정규직 중 2100여명을 자사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일어난 논란을 들 수 있다. 해당 지점에서 가장 반발심을 보였던 집단은 취준생 집단으로서 그들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주어진 공채경쟁의 규칙 아래 치열하게 노력한 것에 비해 그들은 우연한 기회를 얻어 정규직이 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젠더 갈등의 문제도 이처럼 해석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문제다. 쟁점이 되는 지점은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와 관련된 것이다. 젠더관점에서 이는 기존에 사회영역에서 남성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이들이 남성중심적인 사회구조를 만들어 남녀의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결과를 재생산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조치이다. 취업 등 사회진출의 과정에서 여성에게 우대적인 조치를 취함으로 사회 영역에 남녀 비슷한 비율로 진출시켜 평등한 사회구조를 만든다는 믿음으로 이러한 차원의 조치들은 사회적으로 인정 받아왔다. 대한민국에서도 취업의 여성가산점 제도가 마련되어있고 정치 분야에서도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마련되어있다. 다만 청년세대에게 있어서 이것은 다른 맥락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들이 성장하였던 학창시절에서는 남녀가 비교적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였다고 인식하였고, 남학생의 입장에서 시험경쟁에서 여학생에게 패배하였던 경험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성장배경에서 젊은 남성들은 남녀간 실질적인 조건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였고, 적극적 우대조치로 취업 등의 과정에서 차별을 두는 것은 부당한 역차별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Ⅲ. 결 론

본 레포트는 정치의 영역에서 새롭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청년세대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세대론에 주목하여 이들이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로 시대적 체험에서 그 이유를 찾았고 그들이 출생할 당시의 대한민국의 의미있는 사건들이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어떠한 작동을 하게 되는지 확인하였다. 그 결과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라고 할 때, 공정에 대한 강조가 가지는 한계도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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