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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1

엔와이92 2023. 7. 31. 21:49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 명료함과 뚜렷함을 기준으로 -

 

 

< 목 차 >

Ⅰ. 서 론

Ⅱ. 논의 전개의 도구로서의 명료함과 뚜렷함에 대한 설명

Ⅲ. 이데올로기에 대한 “뚜렷한” 설명

Ⅳ. 이데올로기에 대한 “명료한” 설명

Ⅴ. 결 론

 

Ⅰ. 서 론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북위 38도선 이남으로 기습적으로 침공합으로써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은 유엔군과 중국 인민지원군 등이 참전하여 국제전으로 비화되었으며, 남측과 북측에 150만 여명의 사상자를 남겼고, 현재까지 종전이 되지 않은 상태로 각 국가 역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인 전쟁을 두고 이에 대한 인식이 남북이 서로 상이하다. 전쟁에 대한 호명에 있어서 대한민국에서는 전쟁 발발일을 강조하여 ‘6.25 전쟁’이라고 부르고, 또는 선전포고 없이 공격을 받은 것을 강조하여 ‘6.25 사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북에서는 전쟁을 ‘조국해방전쟁(祖國解放)’이라고 부른다. 이는 미국과 남조선 괴리의 북침을 막고 조선인민군이 오히려 남부를 역습해 미제의 압제에 고통 받는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켰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인식을 가진 중국에서는 이 전쟁을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이라고 부른다. 북한(조선)을 도와서 미제에 대항한 전쟁이라는 의미이다. 반대편에서는 극히 일부는 북한의 정통성이 없음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김일성의 난(亂)’ 또는 1950년이 경인(庚寅)년 임에 착안하여 ‘경인년의 난’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같이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이처럼 아주 다르게 해석하게 하는 것이 이념(이데올로기)의 차이 때문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념의 힘 또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생각해 볼 적에 단순하게 사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사건 자체를 발생시키는 원인 또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던 사건의 근저에는 이데올로기가 항상 존재하였다. 민간인과 군인 사상자를 합하여 총 7,000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가져온 제 2차 세계대전 또한 그 기반에 파시즘과 나치즘을 한 축으로 하는 이념집단과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를 한 축으로 하는 이념집단간의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1945년부터 1991년까지 전 세계를 긴장에 얼어붙게 하였던 냉전 역시 그 기반에는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관념 즉,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기반에 있었다. 비교적 최근인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에 대한 자폭테러 등 4대의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하였다. 이를 주동한 15명의 테러리스트는 지하드(jihad)라는 이름으로 자발적으로 목숨 버렸다. 그들이 목숨을 버리도록 결심하게 하고, 약 300명의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한 힘이 바로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이를 창조하고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한 중요한 자료들을 알려준다. 그들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가 부정으로 평가한다면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가- 또 무엇을 소망하는가 -왜 그것을 원하며, 또 그것을 어떻게 얻기를 희망하는가- 에 대한 선명한 자료들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치학자(도)들에게 있어서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는 정치적 현상의 설명과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가 되기에 필수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렇듯 정치학 이해에 있어서 필수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위한 시도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 이데올로기란 말이 여러 분야에서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이데올로기, 교육 이데올로기, 성 이데올로기, 교육 이데올로기, 직업 이데올로기, 가정 이데올로기, 종교 이데올로기 인종 이데올로기에서부터 세속주의 이데올로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범 이프리카 이데올로기 등) 이데올로기라는 말의 개념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말이 사용되고 있는 배경과 맥락이 다양하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정치학 연구에 따라 이데올로기에 대한 서로 다른 개념정의를 내리고 있어서 이 개념이 가지는 외연이 점점 애매-모호해지면서 넓어져 갔다. 엄격한 개념 정의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데올로기에 대한 학자들 간의 논의가 ‘귀머거리 간의 대화’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에는 이데올로기라는 말이 아무런 의미 없는 〈~한 생각〉 수준의 의미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데올로기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사용되어 온 역사가 길고 역사적으로 다른 시대와 배경에 따라 학자들이 다른 맥락으로 사용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념 사용의 역사 전반을 볼 때, 대체로 2가지 상반된 태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부정적 시각으로 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 시각으로 본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프랑스 대혁명 시절의 드트라시(Destutt de Tracy)가 『이데올로기의 원리』라는 책을 쓰면서였다. 이때의 의미는 그가 보편적으로 응용 가능하다고 제안했던 특별한 과학의 방법에 대해 부여했던 명칭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과학의 방법론으로 관찰에 기초하고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념의 과학(science of ideas)’으로 이데올로기가 진정한 과학과 도덕의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지금의 이데올로기 뜻과는 다소 상이한 것으로 그 뜻은 우리의 사고를 구성하고 있는 방식을 연구하고 서술하는데 사용되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나폴레옹이 다른 의도로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보다 더 친숙한 의미를 얻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중앙집권적인 정책들을 추진함에 진보주의자들이 반대를 하며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이들을 ‘이데올로그(ideologue) 집단’이라고 불렀다. 이때 이데올로기의 의미는 정치적 실체와 유리된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교의, 그러한 형이상학을 의미한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결정적으로 부여한 사람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edrich Engels)이다.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들은 이데올로기가 경험적이고 객관적인 기반의 ‘아이디어의 과학’이라기보다는 완전히 주관적이며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사회적 관계(구체적으로는 생산수단과 생산력의 관계)인 하부구조가 사회의식인 상부구조를 규정하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는 잘못된 사회관계가 표현된 상부구조로서의 의식이거나, 잘못된 사회 물리적 관계를 은폐시키고 위장하려는 지배계급의 거짓된 의식이라고 하였다. 이때의 이데올로기는 ‘허위의식’으로 정치적 본질에 관한 잘못된 해석에 기초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레닌 시기에는 부분적으로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는 자신의 혁명사상을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하고 불렀다. 그에게 있어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도 있고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도 있었는데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야말로 객관적 진리와 과학적 이론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향으로 루카시(Luács)는 프롤레타리아 의식이 유일하게 정당한 역사ㆍ사회의식으로 우리 각자가 이것을 가져야 프롤레타리아로서 역사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레닌-루카시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하였다.

마르크스주의의 또 다른 줄기는 알튀세르(Althusser)로 이어진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이데올로기를 과학과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에서 시작한다. 과학은 오직 이론적 활동을 통해서만 구성되며 이데올로기적인 것과 단절되어 객관적일 수밖에 없는 반면,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만드는 가상적인 형태의 것으로 사람들은 그 상태 속에서 자신의 현실적인 생활여건과의 관계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상당 수준의 주관성을 피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 개념에 새로운 조명을 시도한 사람 중 만하임(Karl Mannheim)이 있다. 인간의 모든 인식이나 지식이 그가 속한 사회 구조와 필연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사회적 존재의 규정을 반는다는 ‘존재적 구속성’을 주장하였다. 인간의 인식이나 지식들은 불가피하게 지식을 가진 자들의 사회적 존재에서 나타나는 이해 관계에 의해 편파적인 이데올로기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의 사회적 존재는 마르크스가 말한 사회경제적 구조에 국한되어있는 것은 아니고 문화정신적 환경까지 포함한다. 그는 인간의 지식이 사회적 존재와 가지는 관계성 즉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존재의 관련성을 탐구하기 위해 지식사회학(Wriren soziologie)라는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였다. 이는 상대방의 사상을 불신하기 위한 것 보다는 자신의 사상을 포함한 모든 사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요인들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이 정치학 연구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 정의조차 쉽지 않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부여가 학자마다 상이하고, 그 말이 가지는 느낌이나 인상이 상이하였다. 그만큼 이데올로기의 개념정의에 있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할 수도 있다. 이데올로기를 정의함에 있어서 어떤 저명한 학자의 정의를 고민 없이 가져올 경우, 그 학자와 상이한 시대와 배경을 가진 우리나 여타 학자들과는 서로 건설적인 소통이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념정의를 시도함에 있어서 과거의 학자들의 의견들과는 거리를 두고 현 시대에서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맥락을 고려하여 이를 시도할 것이다. 이데올로기 개념정의의 최종상태로 데카르트가 진리의 기준으로써 제시한 “뚜렷함”과 “명료함”의 요소를 그 기준으로 하여 이를 위한 방법론을 적용하도록 하겠다.

본 논문의 구성은 Ⅱ장에서는 개념정의의 기준으로서 “뚜렷함”과 “명료함”의 의미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구상하고, Ⅲ장에서는 “뚜렷함”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이데올로기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이데올로기로 충족되기 위한 필요조건들을 추출한 다음, Ⅳ장에서는 “명료함”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전 장에서 추출한 필요조건들을 재구성하여 이데올로기 서사의 단순화 모델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 대표적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담론인 자유주의, 사회주의, 보수주의, 전체주의를 설명하고, 이외의 담론인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무정부주의가 이데올로기로 판단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마지막 Ⅴ장의 결론에서는 논의를 요약하며 한때 주목받았던 ‘이데올로기 종언론’에 대해 그 적실성을 평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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