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30. 15:46ㆍ레포트
3. 청년세대의 시대적 체험
청년세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있어서 기존의 대중적 청년담론이 지닌 한계는 명확하다.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하였던 세대에 대한 정의에 기반하여 이들이 가치관을 형성하게끔 했던 시대적 체험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최근까지도 급격한 사회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이것은 청년세대를 다른 세대와는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였다. 경제ㆍ정치ㆍ문화 각각의 영역에서 언급한 가치가 있는 사건들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경제분야에서는 신자유주의가 확대되었다. 1997년 말 IMF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으로 등장한 IMF 체제는 한국사회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의 시장주의 논리가 사회 전 영역에서 강조되었고 그에 따라 시장원리에 입각한 상시적 구조조정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모습으로 보통사람들의 삶의 질을 현격하게 떨어뜨렸고 대다수의 삶에서 불안정성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등장한 ‘신자유주의적 통시성’은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개발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 있는 개인이 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들은 ‘속물’과 ‘잉여’로만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구성원들이 개인으로서 생존을 위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존재로서 속물되기가 진행되고 대부분은 이러한 경쟁에서 패배하여 배제된 존래로서의 잉여로 고통받게 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와 뉴노멀(New Normal)로 표현되는 저성장 경향에 의해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성장하고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90년대생의 경제적 전망은 암울하다. 앞에서 언급한 〈N포〉의 경향에서 결혼하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전세대에 비해 현저히 하락하였다. (25세 이전에 결혼하는 인구가 55~63년에 출생한 세대는 54.5%였으나 79~92년에 출생한 세대는 8.3%에 불과) 출산율 하락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이전 통계를 기준으로 전자는 2.04명, 후자는 1.1명) 또한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더미를 떠안은 최초의 세대이다. 2005년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약 18만 명이었으나, 11년에는 7.5배가 증가한 악 136만 명이다. 그렇게 빚을 안고 대학에 졸업하고도 정규직 사원이나 공무원 또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인원은 20%에 불과하다. 결국 대부분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마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상당수의 청년들은 독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소위 ‘캥거루족’이 되어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게 된다.
정치적인 영역에서 청년세대의 경험 중 과거 세대와는 다른 것 중에 하나는 광장으로 나아가 평화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참여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응원의 경험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 힘을 자각하였고 자신들이 광장의 주인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제도권 정치에서 주권자로서의 자신들의 의견이 정확히 반영되지 못한다고 느꼈던 경우 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광장으로 나섰다. 이러한 힘은 2004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관련 촛불시위 그리고 결정적으로 2016에 17년 사이까지 계속된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시위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대의제 정치가 충분히 자신들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인식 하에 적극적으로 의사와 이익을 표현하고 이것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려고 하였다.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라도 다시 직접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승리의 경험에 관련하여 자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 현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광장으로 직접 나가거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서 의사 표현하였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청년세대는 그 전 세대와 판이하게 다른 배경에서 태어났다. 이전 세대는 냉전과 그 투영물인 남북한의 갈등의 배경에서 탄생 및 성장하였다. 따라서 일부는 반공주의로 경도되었고 다른 일부는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로 경도되었다. 그들의 사고의 기반이 되는 가치관은 어느 쪽이 되었건 이념의 그늘 아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후 세대의 경우 이러한 이념에 대해 훨씬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출생 전 냉전이 종식되다. 특히 유년에 보았던 9.11 사건과 그 후속인 테러와의 전쟁에서 세상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임을 명확히 학습하였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가지는 북한에 대한 민족주의적 호의나 정치분야에서 보이는 이념 중심적 태도는 이들에게는 이해받기 힘든 것이 되었다. 대신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정치라고 하였을 때 이들은 이전세대에 비해 정치적 상상력이 부족하고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시장경제 체제와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사회구조를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받은 환경이기에 연대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사회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어려웠다.
기술이 사회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술결정론적 측면에서 새로운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혹은 ‘넷 세대’라고 불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 기반에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정보화 기술 관련된 역량이 세대별로 다른 수준으로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 90년대 인터넷 혁명과 200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개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나 사회화하는 방법은 물론 개인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었다. 현시대를 디지털 시대라고도 부른다.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디지털에 적응한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난 아날로그 세대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 수준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그것이 디지털 세대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든다. 사회화 측면에서 청년세대의 개인들은 소통 지향적인 동시에 파편화 지향적인 특성을 가진다. 이들은 기존 가치에 대항하여 새로운 가치질서를 지향하며 기존 세대가 강조하였던 사회나 조직의 권위보다는 개인위주의 자유로운 스타일을 지향한다. 이들은 ‘타인과 구별 짓기’, ‘한 분야에서의 내공 쌓기’, ‘사회적으로 경시되는 비주류 취향’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개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성향의 사람들을 찾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들은 소통을 지향한다. 그들의 주어진 사회망 안에서 인간관계를 구성하려 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연결망을 구성하여 그 안에서 인간관계를 구성하려 한다. 이런 식의 네트워킹을 통해서 ‘유유상종’ 또는 ‘동류선호 현상’이 발생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만 배타적으로 교류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자신과 다른 성향과 생각의 집단 구성원과는 소통이 어렵게 된다. 또한 그들끼리의 소통은 약한 연대(weak tie)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애초에 연대의 기반이 이해관계나 정체성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정보교환이 목적에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운동권 조직과 같이 생활공동체 내에서의 강한 연대가 현실 사회에서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하였을 때, 지금의 약한 연대로는 이와 같은 사회변화는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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